그리스도인과 설

담임목사 칼럼

그리스도인과 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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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2월 9일은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이다. 유래에 의하면 설이라는 말은 ‘낯설다’라는 말의 어근인 ‘설’에서 그 어원을 찾아서 설날은 ‘새해에 대한 낯설음’이라는 의미와 ‘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’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. 또한 설날을 ‘삼가다(謹愼)’ 또는 ‘조심하여 가만히 있다’라는 뜻의 옛말인 ‘섧다’에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한다. 이는 완전히 새로운 시간 질서에 합일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언행을 삼가고 조심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. 이처럼 우리 민족이 맞이하는 설이란 그저 기쁜 날이라기보다 한 해가 시작된다는 뜻에서 모든 일에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매우 뜻 깊은 민족의 명절로 여겨져 왔다. 그래서 우리는 설날 세배를 드리며 서로 덕담을 나누고 한해를 잘 보내기를 기원하기도 한다.

 그런데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맞이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의 입장은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다. 왜냐하면 전통적인 조상숭배와 샤머니즘적인 사고를 가진 설 명절 문화들이 기독교적 신앙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. 그러나 삼천만 명이나 되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고 3일간의 연휴가 되어버린 설 명절을 새 마음과 새 출발의 계기로 가지면서, 가족과 친치 들을 전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 수 있다.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한 자로서 반드시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. 그리스도인의 가정에서는 설날 아침에 온 가족과 일가친척들이 함께 모여서 조상들의 삶과 교훈을 되새기는 예배를 드림으로 가족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. 반면에 가족이 모두 신앙 생활하는 경우가 아니면 제사 문제 등으로 대립하기 쉽지만, 이 때에도 신앙적으로 서로 대립보다는 명절 기간동안 사랑으로 정성을 다하여 가족과 친척들을 섬겨 감동받게 해야 한다. 겸손한 모습으로 가족과 친척들을 섬기면 그들은 믿는 우리들 가운데 있는 예수님의 사랑을 맛보게 될 것이다. 신앙을 말로 논쟁하기보다는 섬김을 통해 삶으로 표현해야 한다. 이렇게 온 가족이 친척들과 더불어 하나님 앞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에 민족의 명절 설은 새 생명이 출발하는 복된 날이 된다.

 그러므로 이 날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설날의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가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. 세배 돈을 줄 경우에도 돈만을 주지 말고 자녀들을 위한 축복 기도로 사랑과 축복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. 또한 명절 문화는 대부분 어른들 중심의 문화이지만,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개발하여 자녀들과 추억을 만들고, 가족사랑이 무엇인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온 가족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놀이문화를 일구어야 한다. 더 나아가서 명절 내내 수고하는 아내들을 위해 남자들이 식사를 준비하고 후식까지 섬기는 설로 만들면 안 되는가. 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에 우리 주님은 무엇을 원하실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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